길이 이야기(Giri's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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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단계 한국 기업 HR의 과제

길이 2008. 8. 11. 23:06
지속적으로 선진 기업들의 제도를 벤치마킹하여 실행해온 결과, 이제 한국 기업들은 외형적으로 글로벌 스탠더드 수준의 HR 제도를 갖춘 것으로 판단된다. 이제는 새로이 구축한 HR 제도들이 당초 기대했던 효과를 거두고 있는지 점검하고, 질적인 측면에서 HR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 기업들이 반드시 고민해봐야 할 HR 이슈들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비즈니스의 큰 그림을 이해하고 전략적 방향에 부합하는 HR 전략을 수립하고 변화의 매개자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둘째, 핵심인재의 확보·유지를 위해서는 구성원들의 보상 니즈를 명확히 파악하고 금전적 및 비금전적 보상을 적절히 활용하는 총체적 보상(Total Reward)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셋째, 이직자를 배신자가 아닌 자산으로 인식하여 적절한 배려와 사후 관리를 통해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한편, 조직 문제점 개선의 제안자로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넷째, 창의력이 실제 성과와 연계될 수 있도록 창의적 아이디어가 경영 활동에서 적극 활용될 수 있는 관리 프로세스를 구축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단순히 베스트 프랙티스를 모방하는 것에서 벗어나 자사의 경영 철학과 문화에 부합하는 HR 제도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 목 차 >

Ⅰ. 한국 기업 HR의 현단계
Ⅱ. HR의 질적 성장을 위한 5가지 선결과제

Ⅰ. 한국 기업 HR의 현단계

와튼 스쿨의 피터 카펠리(Peter Cappelli) 교수는 최근 “미국에서 만들어진 대부분의 인재 관리 프로세스가 운영된 지 이미 반세기가 지났으며, 이제는 경영 환경 변화를 고려하여 새로운 모습으로 진화해야 할 때”라고 지적한 바 있다. 물론 그 동안에도 지속적인 제도 개선이 이루어져 왔지만, 앞으로는 인재 관리에 대해 좀 더 새로운 시각을 가지고 깊이 있게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 기업들은 어떠한가? 우리 기업들은 그 동안 선진 기업으로부터 다양한 인사관리(HR·Human Resources) 제도를 도입하여 왔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글로벌 스탠더드의 도입을 목적으로 미국 기업들의 HR 프랙티스를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하여 실행해왔다. 그 결과 우리 기업들에 있어서도 성과 중심의 평가 및 보상 제도가 널리 확산되었고, 고용 관계에 있어서도 ‘평생 직장’의 관행이 파괴되고 ‘평생 직업’의 개념이 보다 중요해지는 등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짧은 시간 안에 HR 제도에 있어 상전벽해의 변화를 겪으면서 이제 우리 기업들도 외형적으로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가까운 HR 제도를 갖춘 것으로 판단된다.

지금까지 새로운 HR 제도를 도입하고 운영하는데 힘을 썼다면, 이제는 HR의 질적 성장을 이루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현재의 제도들을 관성적으로 운영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더욱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HR로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애초에 우리가 선진 HR 제도를 전폭적으로 받아들였던 것도 그것이 만능열쇠였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 고유의 낡은 HR 제도가 풀지 못한 새로운 HR 과제들에 대해 적절한 솔루션을 제공해줬기 때문이다. 현단계 한국 기업들의 HR이 질적으로 성장하려면 다음과 같은 이슈들을 해결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첫째, 비즈니스 전략과 연계된 HR 전략 수립이 강화되어야 한다. 사실 HR이 비즈니스의 전략적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이미 몇년 전부터 제기되어 왔다. 그러나 비즈니스에 대한 HR의 이해 역량은 여전히 부족하다. 또한 HR 활동을 비용효율적 측면에서 바라보는 기업 인식도 여전한 듯 싶다. 앞으로 기업 경쟁력 제고에 공헌할 수 있는 HR이 되지 못한다면 미래에 HR이 설 자리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둘째, 보상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핵심 인재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이들을 어떻게 확보·유지하고 동기부여를 하느냐가 HR의 주요 과제로 등장하였다. 이를 위해 우리 기업들은 지금까지 금전적인 보상에 있어 차등을 강화하는데 중점을 두었다. 그런데 최근 금전적 보상의 한계가 드러나면서 도전적 역할 및 책임감 부여, 인정 등 금전적 및 비금전적 보상을 다양하게 활용하는 총체적 보상(Total Reward) 방식이 부각되고 있다.

셋째, 이직자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평생 직장의 개념이 사라지면서 기업 내 이직자들이 증가하는 한편 경력자 채용도 늘고 있는 추세이다. 따라서 이직자 관리의 중요성이 과거보다 훨씬 커지고 있다. 이직자들과의 지속적 네트워크를 통해 기업 이미지를 개선하고 조직 성과를 제고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넷째, 조직 창의성을 성과와 연계시킬 필요가 있다. 지식 기반 경제로 옮겨가면서 무형자산, 그 중에서도 구성원들의 창의성 발휘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우리 기업들도 이를 인식하고 구성원들의 창의성을 발휘시키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무조건 자율성을 부여한다고 창의적인 기업이 되는 것은 아니다. 적절한 통제와 자율 사이의 균형을 이루는 방법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다섯째, 지금까지 우리 기업은 외국 선진 기업의 HR 프랙티스를 받아들이는 데만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이렇게 도입된 제도가 기업의 경영철학 이나 문화에 맞지 않아 부작용을 일으킨다는 지적 역시 있어 왔다. 이제는 자사 특성에 맞는 효과적인 HR 제도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이를 과감하게 실행해 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Ⅱ. HR의 질적 성장을 위한 5가지 선결과제

이슈 1 : 비즈니스 전략과 하나 되는 HR 전략 만들기

기업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 변화의 가속화, 지식 경영의 대두 등으로 인해 인적 자원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환경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여 지속적인 조직의 성장을 이끄는 주체가 바로 조직 구성원들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기업의 전략 목표 달성에 필요한 조직 역량을 확보하여 기업 가치 제고에 공헌하는 비즈니스 파트너로서 HR 부문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특정 사업의 전략 실행을 위한 필요 인력이 몇명인지, 필요 인력들에게 요구되는 역량이 무엇인지, 어느 부문에 어떤 인력을 투입해야 하는지 등 특정 사업전략 하에 구체적인 인재 전략을 수립하는 일을 하는 것이 바로 HR이기 때문이다.

● HR의 전략적 역할 미흡

많은 학자와 HR 담당자들이 비즈니스 파트너로서 HR의 중요성을 강조한 지 20 여년이 흘렀다. 그러나 ‘실제 HR이 사업 전략과 하나가 되어 인적 자원의 역량을 최대한 끌어올리고 활용하는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느냐’에 대해서는 아직도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키스 해먼즈(Keith Hammonds)는 「Fast Company」에 게재한 ‘우리는 왜 HR을 싫어하는가’라는 글에서 HR이 전략적 역할을 하지 못하는 이유를 몇가지로 정리하고 있다. 우선, HR의 역량 부족이다. 현재 HR에 요구되는 역량과 실제 역량 간에 갭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대다수 HR 관리자들은 회사의 핵심고객이 누구인지, 회사가 어떤 강점과 약점을 가지고 있는지 등 사업과 관련된 기본적인 질문에도 답을 하지 못하는 등 사업적 감각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가치 창출보다는 효율성을 높이는 활동에 중점을 둔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HR 활동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했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을 갖지만, 구성원들에게 어떤 가치를 전달했는지, 나아가 고객과 주주를 위해 어떤 가치를 창출했는지에 대해서는 고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HR이 다양하고 창의적인 사고를 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도 지적한다. 이러한 획일적 사고는 점점 복잡해지고 다양해지고 있는 현재의 기업 상황에 적합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수의 기업 경영자들은 HR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그의 주장이 전부 맞는다고는 말할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이러한 비판들을 겸허히 수용하여 HR이 변화와 발전을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HR이 진정한 비즈니스 파트너로서 제 역할을 다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 및 통찰력 확보

HR이 비즈니스 파트너로서 역할을 충실히 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 및 통찰력이 필요하다. 회사의 제품 구색, 비용 구조, 강·약점 등 내부 상황뿐만 아니라 경쟁사, 시장, 고객 등에 대한 심층적인 비즈니스 지식을 쌓아나가야 한다. 그래야만 이를 바탕으로 비즈니스 전략 실행에 도움이 되는 인재를 보다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확보·육성·배치하는 것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가 46개 기업의 경영진을 인터뷰한 결과를 보면, 많은 경영진들이 HR 부문에 대해 “비즈니스 지식이 부족하며, 전략 부서가 아닌 관리 부서 성격이 강하다”라고 인식하고 있다.

비즈니스 역량을 갖추기 위한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직접 사업 부서에 가서 경험을 쌓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직무순환이 어려운 경우에는 사업에 대해 관심을 갖고 경쟁 관계, 기술 및 시장 환경 변화 등 다양한 이슈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또한 가능하다면 경영층 및 일선 관리자들과 상세한 인터뷰 등을 통해 비즈니스 전략의 내용과 그 전략이 추구하는 목표를 명확히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P&G의 경우 고위 HR 관리자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생산 현장에서 근무하거나, 사업부서들의 업무를 익히며 해당 관리자의 신임을 획득해야 한다. GE 역시 HR 부문 구성원의 50% 정도를 사업 부문 경험자로 채울 정도로 HR의 비즈니스 이해를 중시하고 있다.

● Big Picture에 대한 이해를 통한 전략 수립

비즈니스의 큰 그림(Big Picture)을 이해하고, 그것에 부합되는 HR 전략을 수립·실행하는 역량도 중요하다. 사실 최근까지 HR 부문의 구성원들은 채용, 승진, 평가, 보상 등 개별 HR 업무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하는가에 대해 중점을 두어왔다. 그러나 향후에는 비즈니스 전략의 큰 그림을 이해하고, 이러한 전략 방향에 맞추어 어떤 HR 전략을 수립·실행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동시에 개별 HR 프랙티스를 정합성 있게 연계하여 시너지를 창출함으로써 목표했던 HR 전략을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채용, 훈련, 평가, 보상 등 HR 활동을 세부 기능으로 바라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상호 의존성이 매우 높은 하나의 연관된 시스템으로 보는 관점을 가져야 한다.

다우 코닝(Dow Corning)은 비즈니스와 HR 간의 정합성이 클수록 조직 대응력이 향상되고, 이를 통해 고객 니즈에 대한 적절한 대응과 경쟁우위 확보가 가능해진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비즈니스 전략과 인적자원 관리 간의 연계 정도를 살펴보고 이들 간의 정합성을 평가하고 있다. 즉, 성공적인 비즈니스 전략 실행을 위해 필요한 문화, 행동, 그리고 역량이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인식하고, 이를 바탕으로 비즈니스 전략 목표의 달성을 위해 요구되는 문화를 구축하며 바람직한 행동과 역량이 개발·발휘될 수 있도록 HR 활동 계획을 수립한다. 특히 배치, 성과관리, 보상, 육성 등의 HR 프랙티스들이 상호보완 관계를 가지고 비즈니스 전략과 정합성을 갖도록 하는 노력에 주력하고 있다.

● 변화의 선도자

관성을 깨는 변화의 선도자 역할 또한 중요하다. 기업 환경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고, 기업은 살아남기 위해서 변화해야 한다. 그렇지만 조직 구성원들이 과거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것을 실행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HR이 해야 할 중요한 일 중의 하나가 바로 변화 관리를 수행하는 것이다. 즉, 요구되는 변화를 이해하는 바탕위에서 적극적이고 창의적으로 그러한 변화가 일어날 수 있도록 하는 매개자 역할을 해야 한다.

BT 글로벌 서비스는 네트워크 IT 아웃소싱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이다. 이 회사는 2002년 1조원에 가까운 손실을 기록했으며, 2003년과 2004년에도 2,000억 원에 달하는 손실을 기록할 정도로 큰 위기에 직면하였다. 2004년 CEO에 취임한 앤디 그린(Andy Green)은 회사의 네트워크 및 마케팅 역량이 흩어져 있는 점을 핵심 문제점으로 파악하고, 글로벌 관점에서 서비스 브랜드를 통일하고 조직을 통합하는 작업을 추진하였다.

그 과정에서 HR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였다. 우선 HR은 변화 초기부터 조직 설계 과정에 참여하여 바람직한 조직 구조 구축에 공헌하였다. 또한 전세계 50개가 넘는 국가들에 산재되어 있는 각계각층의 구성원들이 변화의 필요성을 공감할 수 있도록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실행하였다. 특히 각 비즈니스 사이트에 커뮤니케이션 및 조직 개발 대표자를 임명하여 적절히 활용함으로써 큰 효과를 거두었다. 그리고 매회 전체 구성원의 20%씩을 대상으로 한 5회에 걸친 설문조사를 통해 변화의 효과를 파악하고 필요한 조치를 신속히 취하였다.

리더십과 HR의 효과적 역할 수행을 통해 BT 글로벌 서비스의 변화 노력은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의사결정의 속도가 빨라졌으며, 자원과 역량의 적절한 이동과 활용을 통해 전세계 고객들에게 일관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이를 통해 사업은 2005년부터 본 궤도에 올라설 수 있었다.

이슈 2 : Total Reward를 활용한 인재 끌어들이기

IMF 외환위기 이후 국내 기업들이 성과주의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성과주의가 성과에 따른 금전적 차등 보상으로 인식되면서, 많은 기업들이 차등적인 금전 보상 방안에만 집중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특히 핵심인재 확보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핵심인재를 확보·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금전적 보상을 더욱 강화하는 기업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그런데 ‘과연 금전적 보상만이 구성원이 니즈를 반영하는 보상의 전부인가’ 하는 의문이 높아지기 시작하였다. 또한 ‘이 세상에서 절대로 존재할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높은 연봉’이라는 말처럼 인간의 바람은 끝이 없고, 회사의 보상 재원은 한정되어 있어 금전적 보상으로 구성원을 만족시키기에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 Total Reward의 부각

최근 금전 중심의 성과주의 보상 한계를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이를 보완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Mercer Human Resources의 조 로야(Joe Loya)에 따르면, 최근 미국 기업들은 금전 개념이 강한 ‘Compensation’보다는 전체적 보상 관점의 ‘Total Reward’ 체제로 보상 체계를 바꾸고 있다고 한다.

Total Reward란 통장으로 들어오는 월급 외에도 회사가 구성원들에게 제공하는 모든 가치들을 종합해놓은 보상 패키지로서 기본급이나 장단기 인센티브 등의 금전 보상 외에도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제도, 경력 개발 기회, 교육 훈련 등을 모두 포함하는 장기적이고 전체적 관점의 보상이다. 즉, 단지 ‘내가 지금 얼마를 받고 있는가?’라는 의미의 보상 차원이 아니라, ‘내가 이 조직에서 일하는 동안 얻게 되는 것은 전체적으로 무엇인가?’라는 관점에서 Total Reward를 이해하면 된다.

헤이 그룹(Hay Group)은 미국 내 160개 회사를 대상으로 포춘(Fortune)이 선정하는 ‘가장 일하고 싶은 기업’ 리스트에 오른 회사와 그렇지 않은 회사로 나누어 보상 방식을 비교·분석하였다. 그 결과 가장 일하고 싶은 기업 리스트에 오른 회사들은 금전적 보상 요소와 비금전적 보상 요소를 혼합한 Total Reward를 활용하는 반면, 그렇지 않은 기업은 금전적 보상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고 한다. 흥미로운 점은 가장 일하고 싶은 기업 리스트에 오른 회사들이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금전적 보상 수준이 오히려 평균 5% 가량 적었다는 점이다. 대신 구성원 경력 개발, 교육훈련 등 비금전적 보상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금전적 보상을 보완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한다.

헤이 그룹에 따르면, 이러한 Total Reward는 단지 성과에 따른 보상 차등뿐만 아니라 구성원 로열티 강화나 조직 만족도 제고에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더 큰 역할을 부여하거나 더 중요한 업무를 부여할 경우 구성원들은 기업의 신뢰에 화답하며 더욱 업무에 몰입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그리고 보상 효과를 높이고 경쟁사와 차별화된 보상 정책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Total Reward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직급이나 연령, 직군 등에 따라 사람들마다 추구하는 가치는 모두 다르다. 따라서 구성원들의 특성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니즈를 기반으로 보상 요인을 잘 활용·조합하면, 보상의 효과도 높일 수 있고 경쟁사와 차별화되는 보상도 제공할 수 있게 된다.

● 구성원에 대한 명확한 Value Proposition 설정

그렇다면 Total Reward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우수 인재들을 확보·유지하기 위해 어떠한 보상 요소를 제공할 것인지’의 문제와 관련된 가치 제안(Value Proposition)을 명확히 설정하고 이를 활용해야 한다. 예를 들어 R&D 부문은 타 직군에 비해 금전적 보상의 매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찬스키(Kochanski) 등이 미국의 114개 주요 회사들의 R&D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1999년 실시한 조사연구에 따르면 일 자체, 경력 기회, 업무 문화 및 환경 등이 현금 보상보다 더 효과적인 보상 요인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성과주의의 대표 기업으로 불리는 GE를 보면, R&D 직군의 경우 연구원들의 연봉 수준은 동일 산업 및 동일 직군의 평균 수준이며, 개인별 인센티브의 액수나 차등 폭 역시 미미하다고 한다. 물론 높은 성과를 창출한 구성원에게는 ‘Management Award’라는 이름의 단발성 인센티브가 주어진다. 그러나 그 금액은 대략 200~300달러에 그친다. 팀 단위로 일하는 연구원들 간의 금전적 보상 편차를 크게 하면, 구성원들이 보상 공정성에 대한 이의를 제기할 수 있고 도전적인 과업 수행을 꺼리는 역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본 것이다. 대신 상위 20%의 연구원들에게는 더 중요한 프로젝트를 부여하거나, 더 큰 조직을 맡김으로써 개인의 영향력 범위나 의사결정 권한을 확대시켜 준다. 즉, 더 중요한 일을 맡기고 더 큰 권한 등을 부여하는 것을 중요한 보상 요소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연구원들은 조직이 자신을 인정(recognition)하고, 더 어렵고 중요한 일을 맡기는 것에 큰 만족감을 느낀다고 한다.

● 보상에 대한 인식 변화 노력이 필요

구성원들에게 Total Reward의 개념과 내용도 명확히 알려야 한다. 기업이 Total Reward 도입·실행에 많은 재원을 투입하여도 정작 구성원들이 그 중 일부만을 보상이라고 생각한다면 Total Reward 실행의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사실 많은 구성원들은 여전히 금전적 보상과 일부 복리후생만을 보상이라고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미국 기업들도 구성원들의 보상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 충분한 커뮤니케이션을 실시하고 있다고 한다. 그 결과 Mercer Human Consulting의 조사에 따르면 보상이 ‘연봉과 복리후생’이라고 인식한 응답자는 2002년 46%에서 2003년 39%로 줄어든 반면 ‘연봉과 복리후생과 경력개발’이라고 인식한 응답자는 2002년 21%에서 2003년 29%로 증가하였다고 한다. Total Reward를 실행하면서 구성원들에게 꾸준히 커뮤니케이션을 한 결과 구성원들의 보상에 대한 인식도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슈 3 : 이직자를 배신자가 아닌 기업 자산으로 인식

‘회자정리 거자필반(會者定離 去者必返)’이라는 말이 있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고, 헤어짐이 있으면 만남이 있을 것이라는 의미이다. 기업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채용이라는 과정을 통한 만남과 퇴직 또는 이직이라는 과정을 통한 헤어짐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지면서부터 헤어짐은 더욱 빈번해지고 있는 추세이다.

그런데 우리 기업들은 헤어짐에 미숙한 모습을 종종 보이고 있다. 사실 기업 입장에서는 사람을 뽑아 일을 가르치고, 이제 일을 시킬 만할 때 나간다고 하니 서운하기도 하고 심지어 ‘배신자’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따라서 기업들은 종종 이직자를 다시는 보지 않을 사람인 것처럼 대하여 나가는 사람으로 하여금 서운한 감정이 들게 하기도 한다. 만남에 못지 않게 헤어짐 역시 중요하다는 것을 간과한 행태다. 잘 헤어지는 방법을 터득하여 한번 맺었던 인연의 끈을 유지하는 것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 이직자 관리의 중요성 부각

이직자 관리가 중요한 이유는 우선 자사 출신들이 사회 곳곳으로 퍼져나감으로써 기업이 탄탄한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기업간의 벤치마킹, 정보 교류, 상호 협력 등이 활발해지고 있다. 이 때 같은 회사에 근무한 경험이 있는 이직자들과의 네트워크를 활용한다면, 정보 교류나 협력이 쉽게 이루어질 수 있다. 때로는 새로운 고객 확보와 관련된 교두보를 확보함으로써 조직 성과를 높일 가능성도 커진다.

또한 이직자나 퇴직자들이 기업 홍보 대사의 역할을 한다. 대부분의 이직자들이 새로운 회사에서 받게 되는 질문은 ‘그 회사 어때요?’이다.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퇴사한 사람이라면 객관적 사실에 근거한 정보나 자신의 좋은 감정을 담아 얘기할 것이다. 그렇지 않은 사람은 굳이 좋은 이야기를 하지 않을 것이다. 이 경우 듣는 사람들은 그 회사에 좋지 않은 인상을 가질 수 있다.

우수 인재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고성과를 창출한 이직자들의 향후 재입사나 그들의 인맥을 활용하여 우수 인재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피터 카펠리(Peter Capplli) 교수는 회사를 떠난 우수 직원들에 대해 지속적으로 투자를 해서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례로 미국의 딜로이트 컨설팅은 이직자 중 회계사 등의 전문직 종사자들에게 자사의 교육 프로그램에 지속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 이직자 관리 어떻게 해야하나?

인재들의 채용과 이직이 빈번해지고 있으며, 기업 입장에서도 조직의 신진대사를 위해서는 적정 수준의 퇴직률이 필요할 수 있다. 떠난 사람을 적으로 만드는 것보다는 이직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때이다.

우선 기업들은 떠나는 사람들도 세심하게 배려하는 자세가 있어야 한다. 떠나는 사람을 진심으로 붙잡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물론, ‘그래도 떠나겠다’는 이직자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표시하며 편하게 이직할 수 있는 제반 조치를 취해줄 필요가 있다. 또한 이직자들이 힘들었거나 서운했던 감정을 풀어주고 오해를 풀어줄 필요가 있다.

두 번째는 정보 보안의 합리성과 필요성을 충분히 설명하고 자발적인 협조를 얻어야 한다. 정보 보안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이직자를 배신자로 여겨 의심의 눈초리를 보이는 것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 오히려 정보 보안의 범위와 그 필요성에 대해 충분히 설명함으로써 공감과 협조를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

세 번째는 이직자나 퇴직자에 대한 심층면담을 통해 이직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핵심 인재 유지와 관련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이직자에 대한 사후 관리도 시작해야 한다. 이미 조직을 떠난 사람에게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보이고, 회사의 뉴스나 동료 및 상사의 안부 등을 전하면서 네트워크를 쌓을 필요가 있다. 퇴직자 모임을 만들고 이를 활성화하는 HP나 P&G가 좋은 사례이다. 동사는 퇴직자 모임을 통해 서로 정보를 교류하고, 회사 돌아가는 사정도 알려주며 때로는 퇴직자들에게 자문이나 조언을 구하기도 한다. P&G는 자사의 인재들이 타 회사로 스카우트되어 나간 후 주요 지위에 오를 때, ‘저 사람은 우리 P&G 출신’이라고 자랑스러워하며 끈끈한 유대를 과시한다. P&G 출신들이 다른 기업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P&G는 ‘사람을 잘 키우는 회사’로 유명세를 타고 있으며, 이는 P&G가 우수 인재를 수월하게 확보할 수 있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슈 4. 창의성을 성과로 연계시킬 수 있는 프로세스 창출

최근 기업들은 조직의 창의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제도를 도입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경쟁자보다 한발 앞서 시장 기회를 포착하고 차별화된 새로운 가치로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조직 구성원들의 창의적 역량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당초 기대했던 결과를 얻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심지어 조직의 혼란만 가중되고 오히려 전체적 성과는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향후 HR이 고민해야 하는 주요 이슈 중 하나가 바로 조직 창의성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관리하느냐 하는 것이다.

●창의적 아이디어의 활용도 제고

구성원의 창의성을 북돋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구성원들의 창의적인 사고와 행동이 성과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구성원들이 아무리 창의적 아이디어를 내도, 그것이 실제 경영 프로세스에서 활용되어 성과로 나타나지 못한다면 헛된 노력으로 끝날 뿐이고 구성원들의 관심이 시들해질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기발한 아이디어를 끌어내는 것 자체가 아니라, 때로는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다양한 아이디어를 과감히 실행하여 성과를 내도록 유도하는 창의적 경영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일본의 중견 제약회사인 고바야시 제약은 이렇다할 전문 의약품 브랜드를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지속적인 성장과 높은 이익률을 창출하는 회사로 유명하다. 이 회사는 대규모 연구개발비를 요하면서도 경쟁이 심해 시장을 넓히기 어려운 치료약에는 많은 자원을 투입하지 않는다. 반면 일반 의약품과 가정용 의약품 시장에서 최대한 실속을 챙기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식사 후 입 냄새를 없애주는 알약, 겨드랑이 땀 흡수 패드, 귀울림 개선제 등이 대표적 제품이다.

그런데 이러한 신제품 개발의 원동력이 바로 구성원들의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아이디어이다. 특히 연간 약 3만 7,000건의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오는 제안 제도는 신제품 아이디어의 보고라고 할 수 있다. 상품화에 성공한 창의적 아이디어를 제안한 구성원들에게는 약간의 금전적 보상과 CEO의 격려편지만이 주어진다. 보상이 크다고 절대 말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구성원들이 적극 참여하는 중요한 한 가지 이유는 회사가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곧바로 채택해 성과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구성원들의 아이디어에 관심을 가지고 이를 적극 활용하는 프로세스를 구축함으로써 고바야시 제약은 조직 창의성을 활짝 꽃피우고 있는 것이다.

● 비용 측면도 인식하도록 해야

창의성이 높은 사람들은 아이디어 그 자체를 완벽하게 실행하는 것에는 높은 관심을 보이지만, 상대적으로 투입 비용 대비 효과에 대한 마인드가 약한 경향이 있다. 하지만 아무리 아이디어가 좋아도 그것의 실행에 너무 많은 비용이 든다면 실제 이를 실행하기가 쉽지 않고, 설사 실행된다고 해도 성과가 좋을 리가 없다. 따라서 구성원들이 항상 아이디어 실행에 투입되는 비용 대비 효과를 인식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비용 마인드는 보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낳은 원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브래드 버드(Brad Bird)가 픽사(Pixar)에서 애니메이션 ‘인크레더블’을 감독할 당시의 상황을 살펴보자. 컴퓨터 그래픽 전문가들 중에는 매우 똑똑하지만 예산이나 일정에 대한 압박감을 느끼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책임을 맡은 영화 제작자의 입장에서는 예산과 일정이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그는 컴퓨터 작업에 시간이 너무 걸린다면 컴퓨터 스크린에 뭔가를 장치하는 교묘한 트릭을 써서라도 절충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는 점을 그대픽 전문가들에게 역설하였다. 예를 들어, “비행접시를 만들 수도 있겠지만 그게 여의치 않다면 그냥 파이 접시를 스크린에 확 날려보자. 파이 접시가 등장하는 시간이 아주 짧고 각도만 제대로 맞춰서 던진다면 관객들은 충분히 비행접시로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물론 실제로 영화 촬영에 이 아이디어를 적용하지는 않았지만, 창의성을 더 높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 적절한 통제와 관리도 필요

일반적으로 우리는 창의성을 높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구성원들에게 높은 자율성을 부여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때로는 자율성 부여가 창의성 제고에 역효과를 가져오는 경우도 있다. 창의성은 기본적으로 지식에서 온다. 따라서 구성원들이 충분한 지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정보를 습득하고 학습할 수 있다면, 자율성이 클수록 창의성 제고에 효과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반이 마련되어 있지 않는 상황에서 책임과 자율성의 부여는 구성원들에게 혼란과 어려움만을 가중시킬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업종 및 직무 특성, 구성원들의 역량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적절히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도요타는 구성원, 특히 현장직의 육성을 위해 업무 표준화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즉, 작업 방식을 세부적으로 분류하고 불필요하고 낭비적인 업무를 발견하면, 이를 체계적으로 제거하고 가장 효율적인 프로세스를 구축한다. 도요타는 이러한 작업 표준화와 관련된 구성원들의 역량 향상을 위해 타 회사보다 5배 정도나 많은 시간을 교육에 투입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모든 종업원들이 똑같은 방식으로 일을 하는 경우 개인의 창의성이 발현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도요타는 그 두 가지를 결합하고자 노력한다. 우선 도요타는 표준화를 ‘그 시점에서 가장 뛰어난 방법을 고안하고 문서화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리고 이것을 달성하기 위해 전체 공정에서 표준화할 부분을 명확히 하고, 다시 이를 바탕으로 더 나은 표준을 만들기 위해 구성원들이 창의력을 발휘하여 도전하게 하고 있다. 이렇게 모든 구성원들이 달성해야 할 목표가 무엇인지를 분명히 인식하게 하고, 필요한 교육훈련과 실행을 연계시키는 효과적인 관리 프로세스를 구축함으로써 도요타는 구성원들의 창의력을 마음껏 발현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슈 5 : 경영 철학과 문화가 있는 HR 만들기

모방 심리는 기업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영업이나 마케팅에서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 동경의 대상이 되는 스타들을 내세워 소비자들의 모방 심리를 자극하는 것이 그 예이다. 외환위기 이후 당시 유행하던 HR 글로벌 스탠더드를 도입했던 것 역시 모방심리의 발동이었다고 할 수 있다.

사실 글로벌 스탠더드를 도입하지 않으면 도태되어 결국 경쟁력을 잃게 된다고 여겨지기도 하거니와, 대다수 경영자들이 최근 흐름을 따르지 않고 자신만의 방식을 고집하기는 여간한 자신감과 배짱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에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맥킨지의 조사에 따르면 대다수 CEO들은 전략적인 실수 자체보다도 그 전략을 사용한 유일한 경영자로 평가받는 것을 가장 두려워한다고 한다. 그러나 글로벌 스탠더드가 모든 기업에게 가장 효과적인 제도가 될 수 있는지는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 물론 자신만의 독특한 제도를 운영한다고 해서 꼭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가치관이나 문화, 철학 등의 소프트웨어가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HR 제도에 있어 다른 회사에서 성공했다고 이를 맹목적으로 모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 자기 길을 가는 기업들의 증대

최근 일본 기업들은 글로벌 트렌드인 미국식 성과주의의 무분별한 도입이 가져온 커다란 후유증에 대한 반성을 토대로 일본 문화나 가치관에 맞는 일본형 성과주의를 재탄생시키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종신고용을 유지하면서 성과에 따라 연봉에 차등을 두는 것이다. 영국의 킹스 칼리지와 일본 와세다 대학의 공동조사에 따르면 723개 일본 기업 가운데 미국식 경영 방식과 일본식 경영 방식을 혼합한 하이브리드 모델을 채택한 기업이 24%였고, 이들 기업 중 94%가 종신고용을 채택하고 있다고 했다. 그 대표적 사례인 도요타를 보자.

1998년 무디스는 도요타가 발행한 장기채권의 등급을 하향조정하기로 했는데, 그 근거 중 하나로 종신고용제도를 지목하였다. 종신고용 제도의 유지가 기업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글로벌 스탠더드에도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대해 도요타 사장이었던 오쿠다 히로시는 ‘정리해고를 하는 경영자는 할복을 해야 한다’면서 무디스를 항의 방문하기도 했다. 물론 잭 웰치 식의 성과주의가 글로벌 스탠더드가 되어 저성과자를 퇴출시키는 것이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상황에서 구성원들의 종신고용을 보장하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도요타는 지난 50년간 단 한 번도 정리해고를 하지 않았고, 정년 60세를 고수하며 종신고용 제도를 지켜왔다. 그러면서도 50년간 흑자를 달성하였고, 2006년에는 매출이 약 23조 9,580억엔, 순이익은 1조 6,440억엔으로 전년 대비 각각 13.8%와 19.8% 증가하였다. 영업이익이 일본 기업 중 최초로 2조엔을 돌파하기도 하였다.

또한 도요타는 구성원 평가에 있어서도 성과(업적) 평가를 시행하지 않는다. 대신 지속적 고성과 창출의 근본 요인이 과정 관리에 있다는 철학을 기반으로 업무의 과정 요인인 역량을 중심으로 평가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예를 들어 부장, 실장 등의 관리직은 과제 창조력, 과제 수행력, 조직 관리력, 인재 활용력, 인망(人望) 등의 5개 요소로 평가를 받는다. 물론 그 결과는 승진과 보상의 주요 자료로 활용된다. 이처럼 도요타는 시류에 편승하지 않고 자사의 경영철학을 고집스럽게 지켜오고 있으며 이러한 고유한 인사관리 제도 실행이 자사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임원급 헤드헌팅 회사로 유명한 에곤 젠더(Egon Zehnder International)는 대부분의 헤드헌팅이나 컨설팅 회사들이 철저하게 성과주의 보상 체계를 운영하고 있는 상황에서 특이하게 ‘나홀로 연공주의’를 고집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이 회사는 크게 두 종류의 성과급을 운영하고 있는데, 그 중 하나인 회사 이익 성과급(Shares of The Profit)은 모든 파트너들에게 동일한 금액으로 지급하고 있다. 그리고 이익 분배 성과급(Profit Shares)은 재원의 60%를 모든 파트너들에게 동일하게, 나머지를 연공에 따라 차등 지급하고 있다. 이러한 연공주의 보상 정책이 우수 인재의 유지 및 확보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정작 이 회사는 뛰어난 컨설턴트를 지속적으로 영입하고 있음은 물론 이직률 평균이 30%에 육박하는 헤트헌팅 업계에서 약 2%의 낮은 이직률을 보이고 있다.

에곤 젠더가 연공주의 보상 정책을 활용하게 된 배경은 다음과 같다. 우선 컨설턴트들이 고객과의 친밀한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이 조직 성과를 높이는 핵심이라 생각했고, 네트워크가 강한 컨설턴트가 되려면 오랜 근무 경험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했다. 실제로 이 회사의 대부분의 컨설턴트들이 평균 12년 이상을 근무하고 있으며, 이들은 오랜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수백개 회사의 수천명의 임원진들과 끈끈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이 회사는 또한 개인별 성과주의 보상이 전세계적으로 흩어져 있는 컨설턴트들 간의 고객 정보 교류 및 협력을 저해한다고 보고 있다.

도요타가 종신고용을 성공적으로 유지하고 있고, 에곤 젠더가 연공주의를 잘 활용하고 있다고 해서 이를 모방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다른 기업은 어떻게 하는데?’, ‘그렇게 하는 회사가 어디 있나?’라는 질문보다는 자사의 경영 철학을 잘 보여주고 문화에 적합한 효과적인 제도를 구축하려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출처] LG경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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