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이야기(Giri's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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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은 인생의 한 시기가 아닐지니

길이 2008. 8. 6. 04:54
당신이 첫 노령연금을 손에 쥐는 날. 당신은 어찌할 것인가.

노령연금을 탄 순간, 말로 표현하기 힘든 묘한 기분에 사로잡힐 것이다. 그리고 한 달 연금을 30일로 쪼개는 계산을 마치고 쓴 소주 한잔을 털어 넣으며 긴 한숨을 내쉴지 모른다. 이것이 인생의 전부란 말인가.

환갑이 넘은 ‘커널 샌더스’도 미국 정부가 주는 월 105달러의 연금을 받은 첫날 무엇을 할 것인가 골똘히 생각했다.

그는 1890년 미국에서 태어났다. 6살에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자 홀어머니가 생계를 책임져야했고 6살인 커넬은 3살과 젖먹이 두 동생을 혼자 돌봐야했다. 조리, 빨래 등 집안일에 능숙하게 된 나이가 7살. 12세에 어머니가 재가하자 그는 졸지에 가장이 되어 소방대원, 보험외판원, 유람선 종업원, 주유소 직원 등을 전전하며 한 달에 4달러 이하를 받고 닥치는 대로 일했다.

열심히 일한 덕에 조그만 가게 하나를 장만했다. 그가 꿈에 그리던 가게였다. 그러나 39살 되던 해 세계적인 경제대공황으로 한 푼 남김없이 도산하고 말았다.

알거지 가된 그는 켄터키 주의 한 주유소에서 일하며 재기를 꿈꾸지만 그만 아들을 잃고 슬픔에 빠지고 말았다. 하지만 생활고는 그를 가만히 두지 않았다. 초등학교를 중퇴한 그가 남들보다 잘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두 동생을 돌보느라고 숙달된 조리솜씨가 전부였다. 그는 압력솥에 닭튀김을 만들어 팔았다. 그런데, 손님들의 반응이 좋아 주유소 근처에 142석짜리 식당을 마련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 풍요도 오래가지 못했다. 켄터키주의 대표 요리로 선정될 정도로 명성을 날리던 어느 날, 식당은 원인 모를 화재로 전소하게 된다. 어떻게 마련한 식당인데....앞이 캄캄했지만 그는 거기서 주저앉지 않았다.

오뚝이처럼 일어섰다. 예전보다 규모가 작은 식당을 다시 열었다. 천신만고 끝에 매출을 늘려 재기에 성공하게 된다.

무심하게도 성공은 짧고 실패는 길었다. 경제공황이 다시 찾아왔고 마을의 주요 도로가 식당에서 몇 킬로 떨어져 개통하므로 써, 환갑이 넘은 커넬은 다시 빈털터리가 된다.

그동안 하는 사업마다 망하고, 죽은 아들에 대한 충격이 가시지 않아 정신병원에 드나들었고 ,이를 보다 못한 아내마저 그를 떠나고 말았다. 가족과 재산을 모두 잃고 노숙자 신세로 전락한 커넬. 환갑이 넘어 받은 첫 연금 105불을 손에 쥔 커넬.

생각 끝에 그가 연금을 가지고 한 일은 ‘사업’이었다. 이번에도 닭요리 사업을 구상했다. 하지만 식당을 마련할 돈도, 은행에서 대출 받을 자격도 없던 그는 닭을 튀겨 남의 식당에 납품하겠다는 일종의 체인사업을 계획한다.

식당을 돌아다니며 그의 닭튀김을 시식하라며 체인점 계획서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식당주인들의 반응은 냉랭했다. 정신병 경력의 환갑을 넘긴 노숙자취급하며 계획서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것이다. 낡은 차로 여기 저기 식당을 찾아다녔지만 가게 안으로 들어오지도 못하게 문전박대 하는 곳도 많았다. 이렇게 거절당한 횟수가 무려 1009번.

1010번째 가게 앞에 선 커넬. 안면이 있는 한 식당주인이 안쓰러운 마음에 납품을 허락했다. 마침내 1010번째 방문 만에 성공한 것이다. 1009번의 거절 끝에 첫 체인점에 계약한 때가 그의 나이 65세. 이렇게 2년 동안 모든 걸 걸고 뛴 영업성과는 고작 4군데 납품뿐.

하지만 그는 차 뒤 트렁크 속에서 잠을 자며 영업을 하였고, 튀긴 닭의 맛이 입소문 타면서 체인점 수가 점점 늘어 그의 나이 74세에 600여개의 체인점이 생겨났다.

그는 90세에 세상을 떠났지만 지금 전 세계 수천 곳의 체인점이 번창하고 있다. 그 체인점이 바로 켄터키 치킨(KFC)이다. 체인점 앞에서 하얀 양복을 입고 동상처럼 서있는 인형의 모델이 바로 KFC창립자인 커넬 샌더스다. 그에게 나이는 없었다.

청춘이 나이와 별 관계없다는 사례를 찾자면 흔하디 흔하다.

세계적인 명작『돈키호테』를 쓴 세르반테스도 58세에 생활고로 시작한 일 때문에 옥중에 갇혀 쓴 글이다. '인간의 굴레'를 쓴 소설가 서머셋 모옴은 젊은 여비서 일기장에 85세에도 사랑을 불태웠다는 증거를 남겼다. 그런가 하면 미국 켄사스주에 거주하는 95세의 노라 옥스는 포트헤이스 주립대학교를 졸업했고, 캐서린 로빈슨은 96세에 노스캐롤라이나에서 변호사를 개업했다. 99세에 테네시주에 거주하던 데이비드 유진 레이는 글을 깨우쳤다.

우리나라가 OECD 30개 국가 중 노인 자살률이 1위다. 평균에 2배라고 한다. 노령은 독감처럼 바이러스에 의한 전염병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독 우리나라 노령 자살율이 높다는 사실은 육체가 아닌 마음으로부터 비롯된 병임을 반증해 준다. 급격한 산업사회로의 전환에 의한 문화적 충격, 황금만능주의 등등 많은 사회적 이유를 꼽을 수 있겠지만, 마음의 병이란 결국 마음의 주인인 자신만이 치유할 수 있다.

청춘과 노년이 인생의 어느 한 시기라는 생각은 착각이다. 육신은 늙어도 살아 있는 동안 우리는 어제나 청춘기다. 인간의 영혼의 존재이기 때문이다. 비록 육신 나이들 망정 영혼은 언제나 청춘인 것이다.

나는 젊은 시절부터 사무엘 울만의 ‘청춘(Youth)’란 시를 좋아했다. 청년의 기백이 넘치는 맥아더 장군을 취재하던 파머라는 기자가 맥아더가 늘 암송하던 이 시를 ‘리더스다이제스트’란 잡지에 “어떻게 젊게 살 것인가? (How to stay young)”이란 제목으로 발표했고, 이 에세이를 일본 작가가 자유 번역하여 일본에서 크게 유행하던 시이기도 하다.

나 역시 스스로 번역하여 나이가 들수록 더욱더 낭송하며 그 맛을 빠져든다. 왕성한 호기심, 풍부한 상상력, 샘물처럼 솟아오르는 감수성과 굳은 의지만 있다면 청춘이란 어느 한 시기가 아니다. 청춘은 그런 것이다.

- 청 춘 -

청춘은 인생의 한 시기가 아니다.
청춘이란 마음가짐에 있다.
청춘은 장밋빛 볼에 붉은 입술, 그리고 부드러운 무릎에 있지 않으니
씩씩한 의지와 풍부한 상상력, 뜨거운 열정 이것이야말로 바로 청춘이다.
청춘이란 인생의 깊은 샘에서 쉼 없이 솟구치는 신선함.
청춘이란
두려움을 물리치는 용기,
안일한 삶을 거부하는 모험심.
이런 마음에 든 60세 노인이야말로 20세 청년보다 더욱 청춘에 살고 있으니
사람은 나이로 늙지 않고 꿈과 희망을 잃을 때 비로소 늙어진다.
세월이 흘러 피부에 하나 둘 주름살이 패일지라도 열정으로 가득 찬 영혼은 결코 주름지지 않는다.
걱정, 의심, 좌절, 두려움 그리고 절망 이것들이야말로 기력을 쇠하게 하고 정신을 썩어지게 하는 것.
60세든 16세든 인간의 가슴 속에는
경이에 이끌리는 마음
미지에 대한 아이 같은 왕성한 호기심
인생에 대한 흥미로움과 기쁨이 내재한다.
당신과 나의 심장 깊숙이 자리한 마음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영혼의 무선국이 굳게 자리하니
타인과 조물주로부터 아름다음, 소망, 환희, 용기, 영감을 받는 한 당신은 언제나 청춘이다.
영혼의 교감이 끊기고
당신의 정신에 냉소의 폭설이 내리고 비관의 차가운 얼음으로 뒤덮일 때,
바로 그때는 20대일지라도 인간은 늙어지며
고개를 들어 긍정의 전파를 수신하는 순간엔 비록 80세일지라도 청춘으로 남으리.
청춘은 인생의 한 시기가 아니다.
청춘은 마음가짐이다.
청춘, 청춘이란 왕성한 호기심, 풍부한 상상력, 넘치는 감수성, 불타는 정열.

[출처] 한경닷컴 / 차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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