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이야기(Giri's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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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의사가 전하는 의료상식 - 면역주사

길이 2008. 8. 6. 04:48
요즘 강남일대에 수백만원짜리 면역주사 맞기가 유행이라고 한다.

특히 면역에 대한 두려움이 큰 암환자 뿐 아니라 신체 건강한 일반인들도 면역강화주사를 맞기위해 줄을 서고 있다고 하니, 의사입장에서 솔직히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가늠하기가 좀 어렵다.

'면역'이라는 말이 주는 포스는 만만찮다, 요즘 사람들은 대저 모든 병의 근원은 면역이라 믿고, 우리가 먹고사는 모든 일상의 행위들 역시 면역을 강화하는 것이 일 순위가 되다시피 했다.

그러고보면 모든 먹거리는 면역력을 키워주는 마늘즙, 면역을 키워주는 치즈에, 면역을 증강시키는 보약에 이르기까지 면역에 의해 이미 점령당한 상태다. 그렇게 사람들이 면역,면역 하다보니 사랑에 대한 면역도 생기고, 믿음에 대한 면역도 강화되어 이혼율 세계 최고에, 서로 미워하고 증오하며, 분열하고, 갈등하는 사회가 되었나 싶어 한편 심경이 착잡해지기도 한다,

어쨌건 우리가 알고 있는 면역에 대한 진실은 무엇일까?. 마르크스를 신처럼 신봉하던 좌파던, 그를 악마의 자손으로 증오하던 우파건 자본론 한번 제대로 읽은 사람 하나 없듯이, 그렇게 신주단지 모시듯 면역 면역 하는 우리는 과연 면역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면역은 방어체계다, 인류는 지난 수십만년동안 다양한 도전에 직면해 왔다, 심지어 먹거리 하나도 처음에는 야생 침팬지처럼 바나나나 망고 따위의 과일 뿐이었겠지만, 인구가 늘어 나면서 인류는 새로운 먹거리가 필요 했을 것이다, 결국 이들은 하나하나 먹어보고 그것이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 한 다음 새로운 식량으로 삼았을 것이다,

이때 인류가 얻는 하나의 결론은 대개 '쓴 맛이 나는 것을 먹으면 죽고, 단맛이 나는 음식은 먹어도 문제가 없다'는 사실이다. 그때부터 인류는 단맛을 사랑하고 쓴맛을 경계하는 습성이 생겼고, 우리의 유전자는 수십만년동안 그것을 기억해왔다, 뿐만 아니라, 먹어도 되는 음식, 먹었을 때 익숙한 음식에 대한 모든 정보도 함께 기록되어져 왔다,

이 때문에 면역체계는 익숙한, 안전한 것으로 기억외에 다른 것이 섭취되거나, 혹은 다른 경로로 인체에 침투되면, 그것을 몰아내고, 파괴하기 위해 즉각적으로 경계경보를 발동하고 임파구들을 출동시켜 그것들과 전쟁을 벌이게 되었다,

그 과정이 면역이다, 이것은 음식, 공기, 세균 뿐 아니라, 내 몸은 내 몸이되 내 몸이 아닌 것들, 이를테면 암세포 같은 것이 만들어져도 작동하게 된다, 암세포는 유전자에 기록된 레시피대로 제조된 세포가 아니라, 그것과는 성질이 다른 세포이므로 염역체계에 의해 적으로 간주되는 것이다,

이렇게 사람은 유전자에 기억된 익숙함과 생경함 사이에서 면역체계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하지만 이런 경계가 지나치면 아토피와 알레르기가 생긴다, 이를테면 유전자에는 안전하다고 기록되어 있음에도 내 면역체계는 금강산 관광객에 총질을 해대는 북쪽병사처럼 지나치게 민감한 것이다, 반대로 암에 걸려 임파구의 기능이 약화되면 정작 작동해야 할 면역체계에 군사가 부족해지고, 머리 짤린 삼손처럼 시들시들해지며 그들이 내 몸을 파고드는 것을 방치 하는 수 밖에 없기도 하다,

이러니 면역은 넘쳐도 모자라도 한쪽으로 쏠려도 문제가 생긴다, 심지어 어떤 멍청한 면역세포는 적이 아닌 자신의 세포마져도 적으로 간주하고 공격하기도 한다, 이것이 바로 자가면역질환이라 불리는 병으로 류머티스 같은 것들이 이에 해당한다, 그러면 어떻게해야 할까?, 문제는 면역이 지나치면 억제를 해야하고 모자라면 강화가 필요한데, 억제는 쉽고 강화는 어렵다는데 있다, 즉 억제는 약으로 눌러버리면 그만이지만, 모자라는 면역은 약으로 늘리기가 어려운 것이다,

사람의 생명을 늘리고자 진시황이 불로초를 찾았듯이, 인간은 암세포와 저항하는 면역대군의 수를 늘리기 위해 고군 분투해왔고, 그것이 바로 면역치료다, 하지만 그것은 아직 실험실에 머무르고 있다, 특히 특정세포나 세균에만 저항하는 면역세포는 더더욱 만들기는 어렵다, 만약 그것이 가능하다면 에이즈는 이미 인류에게 정복되어 임질이나 매독정도로 여겨졌을지도 모른다,.

면역을 강화하기 위한 수단은 운동을 하고, 균형있는 식사를 함으로서 몸 전체의 건강성을 유지하는 것이 거의 유일한 방법이다, 그런데도 주사 한방으로 면역을 강화하고 그것이 병을 무찌르고, 암세포를 사멸시킬 수 있다면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은 우리가 보고 있는 이런 세상이 아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체건강한 사람이 일시적으로 감기가 걸리거나 목이 붓고 입이 헌다고 해서 면역주사를 맞는다면 그것은 밥대신 영양제를 맞겠다는 발상과 다름없다, 개별의 질병이나 증상은 각각 이유가 있다, 비타민이 부족하거나 과로를 하거나, 음식물에 알러지가 있거나 세균에 감염된 원인들이 존재하므로, 그것을 피하고 보충하는 것이 우선이지, 그로인해 약화된 즉 원인이아닌 결과로서의 면역약화를 주사로 해결하겠다는 것은 불이 안나도록 하면 그만인것을 불이나면 소방차 를부르겠다는 생각만큼이나 터무니 없다,

더구나 암환자의 경우에는 그에 합당한 치료매뉴얼이 존재하고, 각각의 암에 대한 검증된 면역치료가 일부 시행되고 있다. 다만 아직 그 갈 길이 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면역주사를 맞으면 암에 도움이 되고, 건강해지며, 병에 안 걸리고 아토피가 해결될 것이라는맹신은 주술사에게 주식계좌를 맡기는 것이나 어리석은 행동이다,

세상에 돈 자랑 하는 이들에게 고하노니, 부디 면역주사에 귀한 돈을 쓰지 말고 오늘도 점심을 거르는 결식아동들에게 그 돈을 보내서, 그 아이들이 지을 미소를 상상하는 것이 훨씬 면역에 도움이 될 것이다,

내 몸 사랑스럽다고 너무 내 몸을 금테로 둘러치지 말자. 그리하면 밤길에 강도들만이 그대를 귀히여길 것이니, 진작에 사랑도 사랑 나름인 것이다.

[출처] 시골의사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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