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이야기(Giri's Story)

진땀이 삐질삐질, 배꼽빠졌던 만우절 헤프닝~! 본문

재밋는 이야기

진땀이 삐질삐질, 배꼽빠졌던 만우절 헤프닝~!

길이 2006. 12. 29. 02:17

만우절이란? 4월 1일. 만우절(萬愚節) - 가벼운 장난이나 그럴듯한 거짓말로 남을 속이기도 하고 헛걸음을 시키기도 하는 서양의 풍습.

중요한 프로젝트 마감이 임박하여 정신없이 개발작업에 임하던 중...
난데없이 부사수 디자이너가 메신져를 날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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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H양 : 주임님.. 미안...
(.... 뭐지?)
길이 : 응?
J.H양 : 갑작스럽게 할 말이 있엄
길이 : 뭐가?
J.H양 : 나..실은 다음주까지만 근무야..^^:;;;
길이 : 잉?
J.H양 : 미리말해줄라고 했는데.. 미안해.. 아직 아무도 몰라
길이 : 뭔 소리야..
J.H양 : 대표님하고 나하고만 알아..
길이 : 진짜?
J.H양 : 그렇게 알고 있엄.. 응..
길이 : 농담아니구 진짜..?
J.H양 : 그동안 잘해줘서 너무 고마워.. 다른데 가서도 주임님 잊지 않을게
길이 : ...
J.H양 : 여기까지 만우절 전야제 였습니다
길이 : 허걱 --;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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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습니다. 완전 껌뻑 속았던거죠. ㅠ.ㅠ;

에휴.. 날짜 가는줄도 모르고..
학창시절엔 이런거 꼬박꼬박 챙겼는데... 이젠 무슨날이 언제인지도 몰랐네요.

4월 1일... 만우절...
글고 보니 토욜은 제가 근무하는 날이 아닙니다.
어떻게든 복수를 해야 하는데.. 어떻게 하지...

그때 머리속에 번쩍이는 ... ㅋㅋㅋ
좋아~ 그거야~!

조마조마하며 일을 꾸밈니다.

전 그룹사, 계열사 직원들한테 퇴사메일을 보냅니다.
이왕 사기칠거면 크게 쳐야지 하는 생각에...
작정을 하고 일을 꾸몄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진땀 삐질삐질.. 반응들이 어떨까?
사람들이 직접적으로 와서 물으면 안되니... 보내기 버튼을 누름과 동시에
비상계단으로 냅다 뛰어 담배한대 피고 들어왔습니다.

5분쯤 지났을까? 들어왔더니.. 사무실엔 별 반응이 없네요.
에잇~ 풀이 죽은채 자리에 와서 앉았는데...

허걱!

제 업무용 PC는 거의 다운될 정도로 메신져가 폭주해 있더군요. ㅎㅎㅎㅎ
메신져 뿐만 아니라 메일답신들은 두말할 나위없이 폭주했습니다.
(PC가 다운되는 줄 알았어요. ^^;;)

메일회신 온 내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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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XX 대리 : 이참에 관둬버려~ ㅋㅋ
이xx : 허걱…
김xx 팀장 : 머예요머예요머예요 깜딱놀라부렀어여~~ㅋㅋㅋ
조xx 팀장 : ㅋㅋㅋ.낼이 만우절이구나.ㅎㅎ
김xx : 어멋!!! 진짠줄 알고 조아했네... ㅡㅡ;;
김xx 대리 : 그간 고생 했따.. 나가라~
장xx 본부장님 : 깜짝 놀랐네^^
손xx : 그래…잘가~~ 이제 못보겠네..ㅋㅋㅋㅋ 길다가 마주치는 일 없기를~ 행복해~
...
...
...
이xx : 답메일보내고나서 3층에 올라갔다고 뵈었는데.. 넘 웃겨서..웃어버렸어요… ^^
잼있긴했는데.. 대단한..담력을 가지셨군요… 이렇게 회사 전체 메일을 보내시다니 호호호~
덕분에 웃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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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 머.. 반응들이 많았는데 다 밝힐수는 없고...
음.. 시간이 지나니 장난이 좀 심하지나 않았을까 심히 걱정이 되더군요.

회사 윗어른들께서 이해를 못하시면 어쩌나 조마조마 해 지더군요.
정중하게 다시 개개별루 메일을 드렸죠. 머 다 다른 내용이였지만 대충 내용은 이렇습니다.


-[ 메일내용 ]-----------------------------------------------------
ㅋㅋㅋㅋ 에구.. 잼있게 해 드릴려구 보낸거였는데..
많이 놀라셨어요?
너무 무례하지 않았나 해서 심히 걱정입니다. 애교로 봐주시구요..  ^^
웃으면서 일하자구요~! ^^ 좋은 날 되시구요.. 속아주셔서 감사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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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다들 잼있어 하는 반응들이셨고, 한번 찔끔 눈감아 주셨습니다.
반응들 무마시키구 다시 업무에 복귀하는데 1시간이 훌쩍지나가 버렸습니다.

부랴부랴 업무에 집중하려는 찰라...

오만 인상을 쓰면서 평소 친하게 지내던 이xx 주임님이 저에게 다가옵니다.
얼마전 제 생일선물을 챙겨주신다던 주임님이 두 손에는 택배박스를 들고 저를 보면서...
화난 얼굴로 따라 나오라네요...???

처음에는 제 장난이 너무 심해서 그런가 보다 하구 따라 나갔는데...
반응이 장난이 아닙니다.

그동안 친하게 지냈던 사람들한테 어떻게 그럴수 있냐고...
많이 꾸지람 들었습니다.
당연히 장난이 심해서 혼나는 줄 알고... 열심히 죄송했다고 빌었드랬죠.
..

근데... 이 주임님은 제 메일의 끝에부분을 아예 읽지 않으시고 내려오셨습니다. ㅋㅋㅋㅋ
그 상황까지 진짜 제가 그만두는 줄 아시더라구요.
그만 두면서 어떻게 말 한마디 없이 오늘 그만두냐고. --;

아뿔사~~


내일이 만우절이라고 장난 메일보낸거라고 말씀드리던 그 순간...
이 주임님의 표정이 ㅋㅋㅋㅋㅋ... 너무나 황당해 하셨던지 눈물 찔끔 흘리셨어요. ^^;

행복합니다. 제가 그만둔다는 사실만으로 저를 걱정해주고..
위로해 주셨던 분들... 너무 감사합니다.


비록 장난이였지만 전 그룹사의 동료여러분들의 걱정과 충고에...
뭔지 모를 찌릿한 감동이 밀려오더군요..

ㅋㅋㅋㅋ 역시 이 회사에 다니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로써 대박히트쳤던 만우절 이브의 헤프닝은 끝나구...
열심히 업무에 복귀합니다.



주의: 업무용 전체메일로 장난하지맙시다~! 저 잘못하다 회사 짤릴뻔 했어요.. ㅋㅋㅋ

뒷얘기)
이모 대표님 : 장난인건 아는데 전체메일로 장난하지마세요~ 윗분들이 다 보고있어요.
길이 : 에구에구.. 잘못했어요.. 한번만 봐주세요~ ㅠ.ㅠ;; 네? 다시는 안그럴께요~~ ^^;

..... ^^v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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