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이야기(Giri's Story)
가격 속에 숨겨진 이익을 찾아라 본문
가격을 결정하는 일은 매출이나 시장점유율을 올리는 일만큼 중요할 수 있다. 다른 마케팅 요소와는 달리 가격은 기업의 수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만큼 가격을 결정하는 프로세스를 점검해 본다면 보이지 않았던 숨겨진 이익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마케팅 활동에 대한 기업의 고민도 다양해진다. 어떻게 하면 보다 빨리 신제품을 출시하여 시장을 선점할 것인가? 어떻게 하면 강한 경쟁자를 피해갈 것인가? 제품을 유통시킬 채널은 충분히 확보하였는가? 등 기업의 전략과 마케팅 이슈는 늘 경영자를 괴롭힌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자사의 제품이나 서비스가 제대로 된 가격을 받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고민을 덜하는 듯하다. 다른 전략적인 의사결정 사항에 비해 가격이란 상당히 미시적이고 또 전술적인 부분으로 인식되어 있기 때문이다. 시장 경제의 메커니즘의 기본인 교환활동의 중심에 위치한 가격, 그 핵심적인 역할에 비해 관심이 소홀한 것은 아닐까? 가격결정의 중요성을 되짚어 보고 그 동안의 가격결정에 대한 관례적인 의사결정 과정을 점검해 보기로 하자.
1%의 가격차이가 11%의 이익을 창출한다
가격을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기업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가격에 대한 관심도가 스스로 낮다고 생각하는 경영자는 없을 것이다. 자신이 경영하는 회사는 이미 가격의 결정에 대해서는 고가전략이라든가 저가전략, 지불 의향이 높은 고객층의 이익부터 최대한 흡수하기 위한 스키밍 프라이싱 정책 등 어느 정도 전략적인 의사 결정을 마련해 놓았거나, 제품의 제조 원가에 기초하여 가격 움직임의 폭을 정해놓는 등 많은 부분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출이나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서 늘 고민을 하는 것에 비해 가격을 결정하는 부분에 상대적으로 신경을 덜 쓰는 듯 보인다. 가격의 결정이 얼마나 중요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민감도 분석 결과를 한번 보자.
2004년 출판된 ‘Price Advantage’를 참고하면, 글로벌 기업 1,200개 사의 평균 수익 구조는 가격이 1% 올라갈 때 영업이익률이 11%나 상승하는 결과를 낳는다고 한다. 비슷한 결과로 글로벌 컨설팅 기업인 맥킨지에 따르면 S&P 1000 기업의 수익 구조를 분석한 결과, 매출이 1% 증가할 경우 이익이 3.6% 늘어나지만 가격을 1% 인상할 경우 이익은 12.3%가 개선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대상 업체의 평균 이익률이 8~9%였다고 하니, 이보다 이익률이 낮은 국내 제조업체라면 보다 더 큰 폭으로 영업 이익이 증가할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가격이 이처럼 기업의 수익구조에 민감한 영향을 주는 요소임을 알았다면 이제 어떻게 가격을 결정해야 1%를 높이는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인지 그 방법을 알아보자.
1. 고객이 느끼는 가치를 반영하라
가격을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한 원칙은 고객이 느끼는 가치를 파악하고 그에 기반한 가격을 매겨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원가 개념으로 투입된 비용이나 경쟁사와의 비교를 통해 기업의 입장에서 가격을 일방적으로 정하지 않고, ‘고객’이라는 하나의 요소를 더 고려하여 가격을 정해야 한다는 얘기이다. 이를 위해서는 ‘이 정도면 팔리겠지’하는 가격이 아닌 고객의 입장에서 고객이 느끼는 가치를 측정하기 위한 프로세스가 필요하게 된다.
듀폰사의 사례를 보자. 듀폰사는 가치를 기반으로 한 가격 책정을 위해서 평균보다 높은 가격에 팔리고 있는 자사 제품을 두 가지 차원에서 조사했다. 첫째는 자사 제품이 제공하는 어떤 가치가 고객들에게 비싼 금액을 지불하게 했는지 그 경제적인 원인을 알아내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감성적인 요인에서 어떤 가치를 주고 있는지를 밝히는 것이었다. 그 결과 중 하나로 항공기의 내장을 코팅하는데 사용하는 폴리머 제품의 경우, 경제적인 요인에서 청소를 빨리 끝낼 수 있다는 점, 때가 잘 타지 않고 얼룩이 쉽게 지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감성적인 요인으로 항공사의 안전성을 제고하고 있다는 점이 나타났다. 항공사의 안전성을 제고한다는 다소 의외의 결과는 항공사의 고객들이 기내의 청결도를 항공사의 안정성을 평가하는 하나의 척도로 사용한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밝혀졌다.
듀폰사는 이처럼 고객 입장에서의 분석을 통해 자사 제품이 보다 높은 안전성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보다 자신 있게 가치에 기반한 가격을 결정할 수 있었다. 사실 가격을 결정하기 위해 자사의 제품/서비스나 고객을 분석한다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치열한 경쟁을 뚫고 숨겨진 이익을 찾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작업임을 알아야 한다.
2. 마케팅 전략을 고려하라
자사의 제품에게 책정된 가격이 자사의 마케팅 목표를 달성하기에 적합한지를 전략적인 차원에서 고려해야 한다.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2가 미국 시장에 처음 출시되었을 때를 보자. 당시 출시시기는 연말로 크리스마스 선물용으로 게임기가 매우 인기가 있던 시기였다. 소니는 생산의 한계로 인해 수요초과의 상태였고 경매 사이트에서는 평균 950달러에 플레이스테이션2가 거래되는 상황에서도 초기 권장 소비자가격인 299달러에 제품을 팔았다. 왜 그랬을까? 소니는 전략적으로 게임기 판매 이후 게임 타이틀의 판매로 보다 큰 이익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소니는 자사 제품의 인기를 보도하는 언론매체의 홍보를 등에 업고 MS사의 엑스박스나 닌텐도사의 게임큐브와의 전쟁에서 플레이스테이션2가 시장을 선점하는 효과를 볼 수 있었다.
마케팅 전략이라고 해서 거창할 필요는 없다. 때로는 심리적인 요인에서 제품의 차별화를 위한 도구로 가격이 활용되기도 한다. 스와치는 저가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시계의 가격을 매기면서 시계의 가격을 단수로 제시하지 않았다. 비교적 싸게 살 수 있지만 품질도 괜찮다는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서 이다. 예를 들면 38.5달러로 정하는 대신 40달러로 정함으로써 할인을 하거나 싸게 파는 물건이 아니라는 의미를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는 통상 39.9와 같은 가격 정책이 보다 싸다는 이미지를 주는 것에 대해 저가 시장이지만 스와치는 다르다는 차별적 요소를 가격으로 보인 것이라 하겠다. 이와 같은 가격 정책을 통해 스와치는 이익도 높이고 이미지도 유지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자사의 제품이 높은 가격으로 인정받고 있을 때 단기적으로 이익을 올릴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하기란 쉽지 않다. 또 저가 시장에서 가격을 조금 더 올려 받는다는 결정도 쉽지는 않을 것이다. 장기적인 이익과 제품의 포지셔닝이라는 마케팅 목표를 가격과 함께 고려하여 숨겨진 보다 큰 이익을 놓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3. 불필요한 할인을 제거하라
시장의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그때그때의 거래에 집중하다 보면 결과적으로 불필요한 할인이나 수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 가격 정책이 시행되고 있을 수 있다. 숨겨진 이익을 찾기 위해서는 이러한 잘못된 관행을 찾아내어 타파할 필요가 있다. 3M사의 사례를 보자. 3M사는 유럽 시장에서 실시되고 있는 가격 정책을 재검토 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상품만큼 이를 팔기 위한 복잡하고도 치밀한 할인체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러나 실무 담당자에게 왜 이런 정책을 시행하고 있냐고 물었을 때 누구도 정확하게 왜 그런 활동을 하고 있는지를 설명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 내용을 보면 별다른 근거 없이 수량할인을 옵션으로 준다든가 하는 전혀 불필요한 정책도 많았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을 파악한 3M은 기존의 가격 할인 시스템을 과감히 포기하고 각각의 상품에 대해 구매 유형을 분석하고 수요를 파악하여 할인 체계를 재설계 했다. 이 과정에서 명확한 이유가 없는 할인 정책은 모두 폐기 되었다.
역사가 오래된 제조업의 경우 관행적으로 실시되고 있는 불필요한 할인 정책이나 가격 책정 프로세스가 남아있을 수 있다. 시장점유율 경쟁을 하는 와중에 본사의 Push정책에 밀려서 각종 가격할인, 수량할인, 판촉 등이 시행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숨어 있는 이익을 찾기 위해 이런 불필요한 부분부터 제거해 내어야 한다.
4. 다양한 가격 차별화의 전술을 활용하라
네 번째 요소는 다양한 가격 결정의 전술을 활용하는 것이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가격차별을 활용하는 방법은 학계에서의 연구가 많이 진행된 바 있다. 원리는 간단하다. 목표하고 있는 소비자 군을 지불의향(Willingness to pay)에 따라 몇 개의 집단으로 나누고 각 집단별로 최대한의 가격을 받아내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쿠폰 발행이나 멤버쉽 요금제, 유통 채널별 가격 차별화, 번들링 등의 기술적인 방법들이다. 주로 등장하는 사례들은 항공업계나 카드업계, 유통업체와 같은 서비스업에 속한 기업들에서 발생한다. 그렇다면 제조업에서는 어떨까? Dell을 보자.
Dell은 고객을 가정, 중소기업, 대기업, 정부기관 등 4개의 카테고리로 분류하여 다른 패키지의 제품을 제안하며 다양한 쿠폰 발행을 통해 가격에 민감한 고객을 그렇지 않은 고객과 구분하고 있다. 또 조립PC와 같은 맞춤형 사양을 제공하는가 하면 판매가 아닌 리스의 형태를 통해서도 고객군을 나누어 공략하고 있다. 이 같은 다양한 고객 구분과 상품의 제공은 각기 다른 지불의향을 지닌 고객들에게 맞춤 가격을 받음으로써 하나의 고객군과 단일 상품으로는 얻을 수 없는 영역의 이익까지 확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제조업의 경우 상대적으로 다양한 가격 전술을 활용해 숨겨진 이익을 찾는데 적극적이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일물일가(一物一價)’라는 오랜 업계의 상식이 ‘일물다가(一物多價)’가 필요한 고객군의 구분에 방해가 되었던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제조업에 맞는 가격차별화 전술은 분명 존재할 것이다. 유명한 가격 컨설턴트인 라피 모하메드는 고객의 특성, 쿠폰/세일/회원제, 시간, 대량구매 할인, 유통, 번들링, 개별협상이라는 7개 카테고리를 제시하여 가격차별화를 고민해 볼 것을 권하고 있다. 이론적으로도 실무적으로도 검증이 끝난 차별화의 묘를 살릴 수 있을 것이다.
5. 가격의 정당성을 확보하라
일물다가의 가격정책이 고객군을 구분하거나 가격 정책을 시행하는 데 있어 중요한 요소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가격의 변동이나 차별에 정당성이 부여되지 않으면 제품이나 서비스의 신뢰성을 잃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할 수도 있다. 고객은 ‘부당한 가격을 지불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불안감을 떨쳐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가격차가 존재하더라도 상식적인 선에서 이해가 가능하면 이러한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휴대폰을 구입할 때 정가보다 싸게 구입하는 각종 프로모션이나 초고속 통신 서비스에 가입할 때의 각종 혜택과 같은 것들은 장기적으로 통화료를 통해 보상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존재하기 때문에 품질이나 서비스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유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에는 설명이 필요하다. 실례로 독일의 한 제조업의 CEO는 직접 나서서 고객들에게 가격인상이 필요한 이유와 이를 기반으로 고품질의 제품을 공급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직접 호소하여 고객의 지지를 받은 경우도 있었다. 자사의 가격 책정에 대한 명확한 이유를 고객들과 함께 공유할 때 가격 정책의 효과도 배가될 수 있는 것이다.
6. 전담 조직이나 인력을 확보하라
현재 가격을 결정하는 권한은 어느 부서에 있는가? 상품 기획 부서인가? 아니면 재무부서? 혹은 영업부서? 어느 부문에서 담당하든 가격을 마케팅의 전략적 도구로 활용하기에는 부족함이 존재할 것이다. 생산이나 재무를 담당하는 부서에서는 비용을 커버하고 일정 수준의 마진을 원할 것이고 영업을 담당하는 부서는 그 초점이 시장점유율의 확대와 같은 매출에 비중을 높게 두기 때문이다. 때문에 가격 매김을 잘 활용하여 이익을 높이기 위해서는 가격을 전담하는 부서가 따로 필요할 수도 있다.
가격을 전담하는 부서에서는 자사의 제품별로 어떤 제품이 어떤 전략으로 시장에 출시되었고, 어떤 할인정책을 사용하고 있으며, 얼마만큼의 이윤을 가지고 판매되고 있는지, 또 경쟁상황을 고려하여 가격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를 항상 고민하여 기업의 이익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조직의 변화가 부담스럽다면, 시장상황과 가격의 변화를 모니터링하고 가격의 결정을 담당하는 역할을 개인이더라도 누군가는 맡아야 한다. 버드와이저를 만드는 미국 최대의 맥주업체인 안호이저 부시는 CEO가 직접 이러한 역할을 담당한다. CEO는 자신의 집무실에 세계지도를 두고 전광게시판으로 세계 각지의 가격상황을 늘 점검하고 가격의 조정에 직접 관여하고 있다고 한다.
7.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라
마지막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생각해보자. 흔히 가치를 창출한다고 하면 창의적이고 어려운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겠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어떤 옵션을 추가하면 새로운 고객을 유인할 수 있을지, 어떤 기능을 추가하면 기분 좋게 돈을 더 지불할지, 또 이미 새로운 가치를 주고 있지만 제 가격을 못 받고 있는 부분은 없는지를 고민해 보면 된다. 재규어는 중고차에 대해 140여 곳의 정밀 검사를 통과시킨 후 전시품 수준의 품질로 회복시키고 추가적인 보증기간을 부여하는 프로그램을 실시하여 차량 구매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여 인기를 끌었다. 또 항상 만원을 이루는 서비스업의 경우 예약을 통해 대기 시간을 절약해 주는 가치를 제공함으로써 추가적인 가격을 받는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이해해 볼 수 있다. 최근 실시되고 있는 좌석 지정 예매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의 경우에도 보다 많은 가치를 제공받는 만큼 더 많은 가격을 지불할 의향이 있을 것이다.
새로운 가치의 창출은 가치를 반영한 가격으로 확실한 정당성을 보여주면서 또 기존의 제품과는 자연스럽게 차별화가 가능한, 앞서 언급했던 여러 요건들을 충족시키는 이상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피터 드러커는 저서 ‘미래를 향한 결단’에서 기업의 다섯 가지 치명적 실수를 논하고 있는데, 그 중 세 가지가 가격 결정에 대한 내용이다. Product Out의 개념에 익숙한 나머지 Market In의 개념이 결여되어 있다는 것이 그 핵심이다. 그런 의미에서 고객에서 출발하는 가격 결정 방법은 발견하지 못한 이익을 가져다 주는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이윤의 증가는 고객에게 보다 나은 가치를 제공하기 위한 기업의 노력도 한층 가속화 시키게 될 것이다. 시장 경제의 인센티브로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가격, 가격을 활용하여 고객과 기업이 함께 만족할 수 있는 길을 찾도록 노력하자.
(출처) LG경제연구원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마케팅 활동에 대한 기업의 고민도 다양해진다. 어떻게 하면 보다 빨리 신제품을 출시하여 시장을 선점할 것인가? 어떻게 하면 강한 경쟁자를 피해갈 것인가? 제품을 유통시킬 채널은 충분히 확보하였는가? 등 기업의 전략과 마케팅 이슈는 늘 경영자를 괴롭힌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자사의 제품이나 서비스가 제대로 된 가격을 받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고민을 덜하는 듯하다. 다른 전략적인 의사결정 사항에 비해 가격이란 상당히 미시적이고 또 전술적인 부분으로 인식되어 있기 때문이다. 시장 경제의 메커니즘의 기본인 교환활동의 중심에 위치한 가격, 그 핵심적인 역할에 비해 관심이 소홀한 것은 아닐까? 가격결정의 중요성을 되짚어 보고 그 동안의 가격결정에 대한 관례적인 의사결정 과정을 점검해 보기로 하자.
1%의 가격차이가 11%의 이익을 창출한다
가격을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기업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가격에 대한 관심도가 스스로 낮다고 생각하는 경영자는 없을 것이다. 자신이 경영하는 회사는 이미 가격의 결정에 대해서는 고가전략이라든가 저가전략, 지불 의향이 높은 고객층의 이익부터 최대한 흡수하기 위한 스키밍 프라이싱 정책 등 어느 정도 전략적인 의사 결정을 마련해 놓았거나, 제품의 제조 원가에 기초하여 가격 움직임의 폭을 정해놓는 등 많은 부분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출이나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서 늘 고민을 하는 것에 비해 가격을 결정하는 부분에 상대적으로 신경을 덜 쓰는 듯 보인다. 가격의 결정이 얼마나 중요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민감도 분석 결과를 한번 보자.
2004년 출판된 ‘Price Advantage’를 참고하면, 글로벌 기업 1,200개 사의 평균 수익 구조는 가격이 1% 올라갈 때 영업이익률이 11%나 상승하는 결과를 낳는다고 한다. 비슷한 결과로 글로벌 컨설팅 기업인 맥킨지에 따르면 S&P 1000 기업의 수익 구조를 분석한 결과, 매출이 1% 증가할 경우 이익이 3.6% 늘어나지만 가격을 1% 인상할 경우 이익은 12.3%가 개선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대상 업체의 평균 이익률이 8~9%였다고 하니, 이보다 이익률이 낮은 국내 제조업체라면 보다 더 큰 폭으로 영업 이익이 증가할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가격이 이처럼 기업의 수익구조에 민감한 영향을 주는 요소임을 알았다면 이제 어떻게 가격을 결정해야 1%를 높이는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인지 그 방법을 알아보자.
1. 고객이 느끼는 가치를 반영하라
가격을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한 원칙은 고객이 느끼는 가치를 파악하고 그에 기반한 가격을 매겨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원가 개념으로 투입된 비용이나 경쟁사와의 비교를 통해 기업의 입장에서 가격을 일방적으로 정하지 않고, ‘고객’이라는 하나의 요소를 더 고려하여 가격을 정해야 한다는 얘기이다. 이를 위해서는 ‘이 정도면 팔리겠지’하는 가격이 아닌 고객의 입장에서 고객이 느끼는 가치를 측정하기 위한 프로세스가 필요하게 된다.
듀폰사의 사례를 보자. 듀폰사는 가치를 기반으로 한 가격 책정을 위해서 평균보다 높은 가격에 팔리고 있는 자사 제품을 두 가지 차원에서 조사했다. 첫째는 자사 제품이 제공하는 어떤 가치가 고객들에게 비싼 금액을 지불하게 했는지 그 경제적인 원인을 알아내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감성적인 요인에서 어떤 가치를 주고 있는지를 밝히는 것이었다. 그 결과 중 하나로 항공기의 내장을 코팅하는데 사용하는 폴리머 제품의 경우, 경제적인 요인에서 청소를 빨리 끝낼 수 있다는 점, 때가 잘 타지 않고 얼룩이 쉽게 지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감성적인 요인으로 항공사의 안전성을 제고하고 있다는 점이 나타났다. 항공사의 안전성을 제고한다는 다소 의외의 결과는 항공사의 고객들이 기내의 청결도를 항공사의 안정성을 평가하는 하나의 척도로 사용한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밝혀졌다.
듀폰사는 이처럼 고객 입장에서의 분석을 통해 자사 제품이 보다 높은 안전성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보다 자신 있게 가치에 기반한 가격을 결정할 수 있었다. 사실 가격을 결정하기 위해 자사의 제품/서비스나 고객을 분석한다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치열한 경쟁을 뚫고 숨겨진 이익을 찾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작업임을 알아야 한다.
2. 마케팅 전략을 고려하라
자사의 제품에게 책정된 가격이 자사의 마케팅 목표를 달성하기에 적합한지를 전략적인 차원에서 고려해야 한다.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2가 미국 시장에 처음 출시되었을 때를 보자. 당시 출시시기는 연말로 크리스마스 선물용으로 게임기가 매우 인기가 있던 시기였다. 소니는 생산의 한계로 인해 수요초과의 상태였고 경매 사이트에서는 평균 950달러에 플레이스테이션2가 거래되는 상황에서도 초기 권장 소비자가격인 299달러에 제품을 팔았다. 왜 그랬을까? 소니는 전략적으로 게임기 판매 이후 게임 타이틀의 판매로 보다 큰 이익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소니는 자사 제품의 인기를 보도하는 언론매체의 홍보를 등에 업고 MS사의 엑스박스나 닌텐도사의 게임큐브와의 전쟁에서 플레이스테이션2가 시장을 선점하는 효과를 볼 수 있었다.
마케팅 전략이라고 해서 거창할 필요는 없다. 때로는 심리적인 요인에서 제품의 차별화를 위한 도구로 가격이 활용되기도 한다. 스와치는 저가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시계의 가격을 매기면서 시계의 가격을 단수로 제시하지 않았다. 비교적 싸게 살 수 있지만 품질도 괜찮다는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서 이다. 예를 들면 38.5달러로 정하는 대신 40달러로 정함으로써 할인을 하거나 싸게 파는 물건이 아니라는 의미를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는 통상 39.9와 같은 가격 정책이 보다 싸다는 이미지를 주는 것에 대해 저가 시장이지만 스와치는 다르다는 차별적 요소를 가격으로 보인 것이라 하겠다. 이와 같은 가격 정책을 통해 스와치는 이익도 높이고 이미지도 유지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자사의 제품이 높은 가격으로 인정받고 있을 때 단기적으로 이익을 올릴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하기란 쉽지 않다. 또 저가 시장에서 가격을 조금 더 올려 받는다는 결정도 쉽지는 않을 것이다. 장기적인 이익과 제품의 포지셔닝이라는 마케팅 목표를 가격과 함께 고려하여 숨겨진 보다 큰 이익을 놓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3. 불필요한 할인을 제거하라
시장의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그때그때의 거래에 집중하다 보면 결과적으로 불필요한 할인이나 수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 가격 정책이 시행되고 있을 수 있다. 숨겨진 이익을 찾기 위해서는 이러한 잘못된 관행을 찾아내어 타파할 필요가 있다. 3M사의 사례를 보자. 3M사는 유럽 시장에서 실시되고 있는 가격 정책을 재검토 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상품만큼 이를 팔기 위한 복잡하고도 치밀한 할인체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러나 실무 담당자에게 왜 이런 정책을 시행하고 있냐고 물었을 때 누구도 정확하게 왜 그런 활동을 하고 있는지를 설명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 내용을 보면 별다른 근거 없이 수량할인을 옵션으로 준다든가 하는 전혀 불필요한 정책도 많았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을 파악한 3M은 기존의 가격 할인 시스템을 과감히 포기하고 각각의 상품에 대해 구매 유형을 분석하고 수요를 파악하여 할인 체계를 재설계 했다. 이 과정에서 명확한 이유가 없는 할인 정책은 모두 폐기 되었다.
역사가 오래된 제조업의 경우 관행적으로 실시되고 있는 불필요한 할인 정책이나 가격 책정 프로세스가 남아있을 수 있다. 시장점유율 경쟁을 하는 와중에 본사의 Push정책에 밀려서 각종 가격할인, 수량할인, 판촉 등이 시행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숨어 있는 이익을 찾기 위해 이런 불필요한 부분부터 제거해 내어야 한다.
4. 다양한 가격 차별화의 전술을 활용하라
네 번째 요소는 다양한 가격 결정의 전술을 활용하는 것이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가격차별을 활용하는 방법은 학계에서의 연구가 많이 진행된 바 있다. 원리는 간단하다. 목표하고 있는 소비자 군을 지불의향(Willingness to pay)에 따라 몇 개의 집단으로 나누고 각 집단별로 최대한의 가격을 받아내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쿠폰 발행이나 멤버쉽 요금제, 유통 채널별 가격 차별화, 번들링 등의 기술적인 방법들이다. 주로 등장하는 사례들은 항공업계나 카드업계, 유통업체와 같은 서비스업에 속한 기업들에서 발생한다. 그렇다면 제조업에서는 어떨까? Dell을 보자.
Dell은 고객을 가정, 중소기업, 대기업, 정부기관 등 4개의 카테고리로 분류하여 다른 패키지의 제품을 제안하며 다양한 쿠폰 발행을 통해 가격에 민감한 고객을 그렇지 않은 고객과 구분하고 있다. 또 조립PC와 같은 맞춤형 사양을 제공하는가 하면 판매가 아닌 리스의 형태를 통해서도 고객군을 나누어 공략하고 있다. 이 같은 다양한 고객 구분과 상품의 제공은 각기 다른 지불의향을 지닌 고객들에게 맞춤 가격을 받음으로써 하나의 고객군과 단일 상품으로는 얻을 수 없는 영역의 이익까지 확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제조업의 경우 상대적으로 다양한 가격 전술을 활용해 숨겨진 이익을 찾는데 적극적이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일물일가(一物一價)’라는 오랜 업계의 상식이 ‘일물다가(一物多價)’가 필요한 고객군의 구분에 방해가 되었던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제조업에 맞는 가격차별화 전술은 분명 존재할 것이다. 유명한 가격 컨설턴트인 라피 모하메드는 고객의 특성, 쿠폰/세일/회원제, 시간, 대량구매 할인, 유통, 번들링, 개별협상이라는 7개 카테고리를 제시하여 가격차별화를 고민해 볼 것을 권하고 있다. 이론적으로도 실무적으로도 검증이 끝난 차별화의 묘를 살릴 수 있을 것이다.
5. 가격의 정당성을 확보하라
일물다가의 가격정책이 고객군을 구분하거나 가격 정책을 시행하는 데 있어 중요한 요소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가격의 변동이나 차별에 정당성이 부여되지 않으면 제품이나 서비스의 신뢰성을 잃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할 수도 있다. 고객은 ‘부당한 가격을 지불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불안감을 떨쳐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가격차가 존재하더라도 상식적인 선에서 이해가 가능하면 이러한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휴대폰을 구입할 때 정가보다 싸게 구입하는 각종 프로모션이나 초고속 통신 서비스에 가입할 때의 각종 혜택과 같은 것들은 장기적으로 통화료를 통해 보상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존재하기 때문에 품질이나 서비스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유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에는 설명이 필요하다. 실례로 독일의 한 제조업의 CEO는 직접 나서서 고객들에게 가격인상이 필요한 이유와 이를 기반으로 고품질의 제품을 공급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직접 호소하여 고객의 지지를 받은 경우도 있었다. 자사의 가격 책정에 대한 명확한 이유를 고객들과 함께 공유할 때 가격 정책의 효과도 배가될 수 있는 것이다.
6. 전담 조직이나 인력을 확보하라
현재 가격을 결정하는 권한은 어느 부서에 있는가? 상품 기획 부서인가? 아니면 재무부서? 혹은 영업부서? 어느 부문에서 담당하든 가격을 마케팅의 전략적 도구로 활용하기에는 부족함이 존재할 것이다. 생산이나 재무를 담당하는 부서에서는 비용을 커버하고 일정 수준의 마진을 원할 것이고 영업을 담당하는 부서는 그 초점이 시장점유율의 확대와 같은 매출에 비중을 높게 두기 때문이다. 때문에 가격 매김을 잘 활용하여 이익을 높이기 위해서는 가격을 전담하는 부서가 따로 필요할 수도 있다.
가격을 전담하는 부서에서는 자사의 제품별로 어떤 제품이 어떤 전략으로 시장에 출시되었고, 어떤 할인정책을 사용하고 있으며, 얼마만큼의 이윤을 가지고 판매되고 있는지, 또 경쟁상황을 고려하여 가격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를 항상 고민하여 기업의 이익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조직의 변화가 부담스럽다면, 시장상황과 가격의 변화를 모니터링하고 가격의 결정을 담당하는 역할을 개인이더라도 누군가는 맡아야 한다. 버드와이저를 만드는 미국 최대의 맥주업체인 안호이저 부시는 CEO가 직접 이러한 역할을 담당한다. CEO는 자신의 집무실에 세계지도를 두고 전광게시판으로 세계 각지의 가격상황을 늘 점검하고 가격의 조정에 직접 관여하고 있다고 한다.
7.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라
마지막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생각해보자. 흔히 가치를 창출한다고 하면 창의적이고 어려운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겠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어떤 옵션을 추가하면 새로운 고객을 유인할 수 있을지, 어떤 기능을 추가하면 기분 좋게 돈을 더 지불할지, 또 이미 새로운 가치를 주고 있지만 제 가격을 못 받고 있는 부분은 없는지를 고민해 보면 된다. 재규어는 중고차에 대해 140여 곳의 정밀 검사를 통과시킨 후 전시품 수준의 품질로 회복시키고 추가적인 보증기간을 부여하는 프로그램을 실시하여 차량 구매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여 인기를 끌었다. 또 항상 만원을 이루는 서비스업의 경우 예약을 통해 대기 시간을 절약해 주는 가치를 제공함으로써 추가적인 가격을 받는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이해해 볼 수 있다. 최근 실시되고 있는 좌석 지정 예매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의 경우에도 보다 많은 가치를 제공받는 만큼 더 많은 가격을 지불할 의향이 있을 것이다.
새로운 가치의 창출은 가치를 반영한 가격으로 확실한 정당성을 보여주면서 또 기존의 제품과는 자연스럽게 차별화가 가능한, 앞서 언급했던 여러 요건들을 충족시키는 이상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피터 드러커는 저서 ‘미래를 향한 결단’에서 기업의 다섯 가지 치명적 실수를 논하고 있는데, 그 중 세 가지가 가격 결정에 대한 내용이다. Product Out의 개념에 익숙한 나머지 Market In의 개념이 결여되어 있다는 것이 그 핵심이다. 그런 의미에서 고객에서 출발하는 가격 결정 방법은 발견하지 못한 이익을 가져다 주는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이윤의 증가는 고객에게 보다 나은 가치를 제공하기 위한 기업의 노력도 한층 가속화 시키게 될 것이다. 시장 경제의 인센티브로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가격, 가격을 활용하여 고객과 기업이 함께 만족할 수 있는 길을 찾도록 노력하자.
(출처) LG경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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